단 한 권을 읽어도
제대로 남는
메모 독서법
신정철 지음
위즈덤하우스
2019.03.
264p
나의 장점 중 하나는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. 학생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도 쉬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. 가끔은 해야 할 일을 미뤄놓고 책을 읽어서 오히려 일정한 권 수 이상 읽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할 때도 있었다. 자랑은 아니지만 작년에도 50권 이상의 독서를 했다. 일주일에 한 권 정도를 읽은 셈이다.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. 주위에서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 정평이 나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책을 읽어 놓고도 정작 기억을 잘하지 못한다는 거였다. 추천해달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책 제목도 제대로 대지 못했다. 읽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두루뭉술하게 뭔가가 머릿속에 떠다니긴 하는데 정리되지 않아서 입 밖으로 내뱉기도 힘들었다. 이런 걸 과연 책을 읽었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? 얻고 싶은 게 있어서 독서를 했을 텐데 남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날의 독서를 돌아보게 되었다.
생산적인 독서를 하려면?
답부터 말하고 시작하겠다. 생산적인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책 제목처럼 '메모 독서'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. 이 책에서는 초반부에 왜 독서 효과를 체험하지 못하는지 설명해준다. 첫 번째, 기억하지 못한다. 두 번째, 생각하지 않는다. 세 번째, 글을 쓰지 않는다. 네 번째, 행동하지 않는다. 마지막 다섯 번째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.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하는 의미가 퇴색된다고 한다. 하지만 앞서 말했듯 메모 독서법을 익힌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. 메모 독서는 기억에 오래 남고 생각하게 만들고 글을 쓰며 행동을 이끈다. 더불어 창조적인 일을 할 때 도움이 된다.
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. 사실 나도 그렇다. 읽은 티조차 내지 않으려고 활짝 열어보는 건 스스로 정한 금기였다. 그런데 『메모 독서법』에서는 책을 더럽게 보라고 한다. 책을 깨끗하게 읽으면 깨끗하게 잊는다니.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에게는 그야말로 천지개벽 같은 말이었다.
책을 여행하는 것이 서툴 때 가져가면 좋은 가이드
『메모 독서법』에는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'이 책 활용법'이라는 페이지가 있다. 말 그대로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간단하게 적어 놓았다.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 실습 페이지가 있어서 책을 읽고 과제를 실천해볼 수 있다. 아예 책 내용만 있는 것보다 중간에 이런 페이지들이 있어서 잠시 멈추고 메모 독서를 하도록 만드는 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.
다른 장점을 꼽자면 이미지가 예시로 적절하게 잘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. 글만 있었다면 어렴풋하게 이해 갔을 텐데 사진이나 표, 그림이 있음으로 설명이 더 쉽다. 강약 조절이 되다 보니 술술 읽히는 건 덤이다. 게다가 저자의 독서 노트도 볼 수 있어서 감을 더 쉽게 잡을 수 있다. 덧붙여 개인적으로 책이 알록달록해서 눈도 즐거웠다.
또한 이 책은 전체적으로 요약과 정리가 잘 되어 있다. 앞에서 말한 장점들 전부 저자가 메모 독서를 얼마나 쉽게 설명하려고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. 이 책을 통해 처음 메모 독서법을 접한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.
『메모 독서법』을 내 방식대로 표현한다면 '여행 책자'라고 하겠다. 왜, 여행할 때 코스 안내가 적혀 있는 종이가 있지 않은가. 아마 이 책이 없어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. 하지만 만약 여행이 서툴다면 이 책이 독서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.
어디든지 자유롭게 여행하라
『메모 독서법』을 읽으면서 책을 여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. 사실 책보다는 글로 된 거라면 뭐든 해당되겠다. 예를 들어 신문이나 칼럼 같은 것들도 말이다.
나는 비문학을 주로 읽는다. 문학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.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읽는 편이고 특히 소설은 작가의 세계를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. 그런데도 비문학을 많이 읽는 건 문학에서는 얻을 정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 즐거움이나 슬픔을 얻을 수는 있어도 말이다.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문학에도 메모 독서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. 그래서 그런지 문학을 읽으면서 독서 노트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. 문학에서 얻을 게 없었던 게 아니라 결국은 내가 효과적인 독서를 하지 못했다는 거다. 오랜만에 문학에 손을 대봐야겠다.
또, 문학뿐만 아니라 교과서라든지 혹은 문제집에도 메모 독서법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책은 좋아하지만 대학서적 및 문제집은 재미없었는데 이 둘을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을 발견한 것이다. 공부하는 건 곧 여행이었다. 이제까지는 어떻게 책을 여행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뿐이었다. 『메모 독서법』은 책을 여행하는 방법이 아니라, 책 여행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. 나처럼 책을 읽고도 남는 게 없는 사람은 물론이고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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